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? "나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 꼬박꼬박 내는데, 저기 저 슈퍼리치 들은 과연 얼마나 세금을 낼까?" 아마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질문일 겁니다. 특히 요즘처럼 물가는 오르고 지갑은 얇아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죠. 그런데 지금 프랑스에서 이 질문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. 바로 '주크만세' 라는 이름의 새로운 부유세 도입 논의인데요.
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,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세금 논쟁이 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지, 그리고 이 논의가 우리 경제와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. 복잡한 경제 용어는 잠시 잊고, 친절하고 유쾌한 경제 전문가의 시선으로 함께 이 뜨거운 이슈를 파헤쳐 봅시다!
1. 프랑스의 재정 위기: '주크만세'는 구원투수일까?
최근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적자 에 시달리고 있습니다. 국가 부채 비율은 110%를 훌쩍 넘었고, 복지나 의료 같은 공공 예산을 줄이려 하자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연일 이어졌죠. 정부는 긴축 정책을 펴기도 어렵고, 그렇다고 빚을 계속 늘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습니다. 마치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전자와 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.
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좌파 정당이 제안한 것이 바로 '주크만세' 입니다. UC버클리대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따온 이 세금은, 극소수 초부유층 에게만 '순자산세'를 부과하자는 내용입니다.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.
- 대상: 순자산(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)이 1억 유로(약 1,645억 원) 를 넘는 부유층. 프랑스 전체 가구의 0.005%에 불과한 약 1,800가구가 해당됩니다.
- 내용: 해당 납세자가 그해 낸 모든 세금(소득세, 사회기여금 등)이 순자산의 최소 2% 가 되도록 추가 세금을 부과합니다.
- 기대 효과: 연간 최대 200억 유로(약 33조 원)의 추가 세수 확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.
놀랍게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86% 가 이 주크만세 도입에 찬성했습니다. 좌파는 물론 우파 지지자들까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죠. 이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도 "드물게 나타나는 만장일치"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. 하지만 물론, 세금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슈퍼리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. 그들은 이 세금이 "자유주의 경제를 파괴하려는 목적"이라며 비판하고 있죠.
2. 소득세의 역설: 왜 슈퍼리치는 세금을 적게 낼까?
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세는 돈을 많이 벌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. 이는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보편적인 원칙이죠. 하지만 흥미롭게도, 최상위 슈퍼리치 들은 이 누진적 소득세의 영향권 밖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 왜 그럴까요?
핵심 요약:
- 부의 원천: 슈퍼리치들의 부는 주로 급여 같은 '소득'이 아니라, 그들이 소유한 기업의 '지분'에서 나옵니다.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기본급을 거의 받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죠.
- 배당 회피: 많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배당을 아예 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합니다.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마찬가지죠. 이는 배당소득세를 피하는 효과를 낳습니다.
- 법인세의 한계: 슈퍼리치 기업인이 내는 실질적인 세금 중 상당 부분은 기업이 내는 법인세입니다. 하지만 법인세는 소득세보다 세율이 낮고, 각종 공제나 조세회피처를 통해 줄일 여지가 많습니다.
- 미실현 이익: 주식이나 부동산 가치가 아무리 올라도, 실제로 팔아서 현금화하지 않으면 '미실현 이익'으로 간주되어 소득세를 물리지 않습니다.
- 주식담보대출: 슈퍼리치들은 기업 지분을 팔지 않고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여 소비와 투자를 합니다. 이자 비용이 세금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부를 누릴 수 있는 전략이죠.
이러한 이유로,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억만장자 들은 일반적인 고소득자보다도 훨씬 낮은 실효세율 을 적용받고 있다고 합니다. 심지어 일부 억만장자들은 중산층보다도 낮은 세율을 내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. 1987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인의 평균 자산은 연평균 3.2% 증가했지만, 글로벌 억만장자 자산은 7.1%씩 늘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. 혹시 너무 낮은 세율 덕분에 부자가 더 빠르게 부자가 되는 건 아닐까요? 주크만세 는 바로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인 셈입니다.
3. 부자들의 '엑소더스': 세금 회피, 막을 수 있을까?
부유세 논의에서 항상 따라붙는 가장 큰 우려는 바로 '부자들의 해외 유출'입니다. 세금이 너무 많아지면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. 실제로 과거 프랑스에서 부유세가 잠시 도입되었을 때, 유명 배우가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최고 부자가 벨기에 시민권 취득을 시도했던 사례가 있습니다.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부유세 때문에 수년간 약 200명의 부자들이 스위스로 이주하는 '부자 탈출 러시'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.
주의할 점:
- 이동의 자유: 초부유층 은 세금을 피해서 국적을 바꾸거나 거주지를 옮길 의지와 실행력이 충분합니다. 유럽 내에는 스위스, 이탈리아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들이 많고, 아랍에미리트처럼 소득세나 자본이득세가 아예 없는 '세금 천국'도 존재합니다.
- 국제 협력의 필요성: 주크만 교수팀을 비롯한 여러 보고서들은 이러한 이주를 통한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 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. 여러 나라가 함께 부유세를 도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죠. 하지만 각국의 사정이 제각각이라 이러한 국제적 합의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.
- 출국세 강화: 국제 협력이 어렵다면, 해외로 이주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인 '출국세(Exit tax)' 를 강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. 주식을 팔지 않았어도 출국 직전에 판 것과 똑같이 세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. 이미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출국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.
이처럼 슈퍼리치 부유세 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문제를 넘어, 국가 간의 조세 경쟁과 부의 이동이라는 복잡한 국제 경제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.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논쟁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,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.
핵심 요약
-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순자산 1억 유로 이상 의 초부유층 에게 순자산의 2% 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'주크만세' 도입을 논의 중이며,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습니다.
- 슈퍼리치 들은 급여가 아닌 기업 지분, 배당 회피,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누진적 소득세 의 영향권 밖에 있으며, 중산층보다 낮은 실효세율 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세금의 필요성이 제기됩니다.
- 부유세 도입의 가장 큰 난관은 부자들의 해외 유출 가능성입니다. 이를 막기 위해 국제 협력 이나 출국세 강화 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,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.
프랑스에서 시작된 슈퍼리치 부유세 논쟁은 단순히 한 국가의 세금 문제를 넘어, 전 세계적인 재정적자 와 부의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. 소득세가 지난 100년간 재분배의 강력한 수단이었지만,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죠. 이 논쟁의 결과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부의 분배와 세금 정의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. 여러분의 지갑과 미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흥미로운 변화의 흐름을 계속해서 주시해 보시길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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